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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놈(2018)> 리뷰 - 톰하디, 심비오트, 안티히어로

by 꿈꾸는 타마 2026. 3. 18.

마블 안티히어로의 계보를 새롭게 쓴, 끈적하면서도 강렬한 매력의 <베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처음 베놈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 엄청 기대하고 갔습니다. 스파이더맨 3편에서 잠깐 나왔던 심비오트가 약간 아쉽긴 했었지만 저에겐 좀 센세이셔널 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히어로 무비의 공식과는 사뭇 다른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특히 톰 하디라는 배우가 보여준 예상 밖의 연기 스펙트럼과 심비오트라는 소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방식은 제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극장에 앉아서 베놈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솔직히 제 머릿속엔 온통 톰 하디라는 배우에 대한 선입견뿐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베인, 매드맥스의 막스, 레버넌트의 존 피츠제럴드까지. 그가 보여준 건 언제나 강인하고 퇴폐적이며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였죠. 그런데 베놈 속 에디 브록은 제 예상과 정반대였습니다. 직장을 잃고 연인에게 버림받는 과정이 본인 탓이라는 생각에 처음엔 냉소적으로 봤지만, 외계 생명체를 만나 허둥대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찐따 같은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베놈> 포스터

톰 하디가 보여준 예상 밖의 '귀여운' 균열

평소 제가 생각하던 톰 하디는 특유의 퇴폐미와 섹시함이 넘치는, 그야말로 남성미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베놈 속의 그는 제 예상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극 초반, 자신의 신념에만 매몰되어 앞뒤 가리지 않고 지멋대로 행동하는 에디 브록의 성격은 솔직히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을 잃고 연인에게 버림받는 과정이 어찌 보면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에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바로 그 지점부터였습니다. 완벽한 마초일 줄 알았던 그가 베놈이라는 외계 생명체를 만나 당황하고 허둥대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찐따 같은 매력으로 다가와 관객의 무장해제를 이끌어냅니다. 여기서 베놈이란 외계에서 온 심비오트(Symbiote)라는 생명체가 숙주와 결합한 형태를 말합니다. 심비오트는 숙주의 신체와 정신을 공유하며 공생하는 존재로, 영화 내내 에디와 베놈이 서로의 생각을 듣고 대화하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특히 심비오트와 몸을 공유하며 벌어지는 중간중간의 코믹한 포인트들이 의외의 타율을 기록하며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하더군요. 무엇보다 압권은 시각적인 쾌감이었습니다. 액체와 고체를 오가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심비오트를 구현한 그래픽 연출은 대단히 세련되고 멋있어서,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IMAX 스크린의 압도적인 화면 비율과 사운드가 심비오트의 움직임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비오트라는 소재가 만들어낸 독특한 서사

베놈은 정석적인 히어로 무비의 문법을 비틀어, 두 개의 불완전한 존재가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고도 파괴적으로 그려냅니다. 영화가 가진 서사적 층위가 아주 깊다고 보긴 어렵지만, '에디 브록'과 '베놈'이라는 두 자아의 티키타카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엔터테인먼트가 됩니다. 감독인 루벤 플레셔는 베놈이라는 캐릭터를 구사하는 데 늑대인간 같은 특징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는데, 중요한 점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A와 B로 완전히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에디와 심비오트가 늘 정신과 몸을 공유한 상태라는 겁니다.

즉 어떤 행동을 하든 에디와 심비오트가 동시에 결정권을 어느 정도 갖고 행동한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이 둘을 누구냐는 악당의 질문에 "We are Venom"이라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We'라는 표현이 중요한데, 이는 에디와 베놈이 더 이상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하나의 통합된 개체임을 상징합니다. 잔인하게 그지없는 심비오트지만 에디가 죄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규칙을 정해주고 심비오트는 이를 따릅니다.

하지만 이런 규칙을 따르는 대신 심비오트가 몸의 통제권을 지닐 때는 악당들을 처치하는 수준이 아닌 조각내어 버리는 수준으로 공격합니다. 착한 영웅이라고 할 수 없는, 그렇다고 완전한 악당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 둘의 합작인 베놈이 바로 안티 히어로(Anti-Hero)의 대명사인 것입니다. 안티 히어로란 전통적인 영웅상과는 거리가 먼, 도덕적으로 모호하거나 결함이 있는 주인공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안티 히어로 캐릭터는 완벽한 영웅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공감 가는 면이 있었습니다.

원작과의 차별화, 그리고 시각적 완성도

개봉을 앞둔 베놈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분들이 외형적인 디자인에 혹평을 하기도 했는데요. 2007년 스파이더맨 3편에서는 원작에 충실하게 피터 파커에게 갔다가 에디 브록에게 이동했지만, 스파이더맨과 거의 동일한 친구라는 점과 무엇보다 베놈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가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당시 제작사도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소니 픽처스는 2007년 스파이더맨 3편이 끝난 후 2008년부터 바로 베놈의 단독 영화를 계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0년이 지난 2018년이 되어서야 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다림에 부합하듯 원작의 기괴함과 거대한 체형까지도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특히 심비오트라는 소재가 가진 질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액션 시퀀스들은 장르적 쾌감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톰 하디의 1인 2역에 가까운 열연은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설정을 설득력 있는 캐릭터 플레이로 승화시켰죠.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에디가 레스토랑에서 베놈과 대화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연출이 정말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비록 빌런의 평면성이 아쉬움으로 남을 순 있으나, 거부할 수 없는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이 안티히어로의 탄생은 '빌런 솔로 무비'가 나아가야 할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영화 리뷰 전문 매체인 로튼 토마토에서는 베놈이 초반 평론가 점수는 낮았지만 관객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보고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이는 대중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충실히 담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떡밥들

톰 하디 이외에도 주목해 볼 만한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에디 브록의 헤어진 전여친으로 나온 앤 웨인은 배우 본인도 이후 개봉할 베놈 영화에서 큰 역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원작에서 크게 다친 앤 웨인을 살리기 위해 에디 브록이 심비오트를 그녀의 신체에 융합시켜서 쉬베놈(She-Venom)으로 탄생시켰다는 배경이 있어서 기대해 볼 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쉬베놈은 여성 숙주와 결합한 심비오트를 의미하며, 베놈과 유사하지만 숙주의 특성에 따라 다른 능력과 성격을 보입니다.

하지만 쉬베놈보다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베놈의 숙적인 카니지(Carnage)의 등장입니다. 카니지는 베놈과 달리 붉은색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심비오트로, 조금은 장난스럽고 순박한 면이 있는 에디 브록과는 반해 사이코패스이자 살인으로 복역 중이던 클리터스 캐서디를 숙주로 합니다. 카니지는 베놈보다 훨씬 더 흉포한 성향을 갖고 있으며 죄의식이 없는 숙주 때문에 통제가 더 힘듭니다. 배우 우디 해럴슨이 자신이 베놈의 1편과 2편을 모두 계약했으며, 2편에서 주요한 악당이 될 것임을 예고했기 때문에 제작이 시작되지도 않은 후속편에 더욱 기대가 몰리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주요한 악당인 드레이크 박사는 심비오트의 채집부터 피실험자에게 배양하고 결국 자신도 심비오트와 몸을 공유하여 라이엇(Riot)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합니다. 원작을 참고해 보면 라이프 파운데이션에서 심비오트를 이용해 탄생시킨 생물들은 라이엇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원작의 이들은 자신들의 회사의 고위층 고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라이엇, 에곤, 투 페이즈, 레이저 그리고 스크림까지 탄생시키는데요. 물론 영화에서는 라이프 파운데이션이 인류의 진화를 위해서 심비오트를 통한 실험을 진행한 것이어서 누구를 지킨다는 명목은 없지만, 이번 영화의 주요한 악당이 될 라이엇 이외의 나머지 네 마리도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알려진 것은 우선 톰 하디가 소니 픽처스와 3편의 베놈 영화를 계약했다는 것입니다. 영화사는 베놈의 트릴로지를 필두로 이 세계관을 키워보고 싶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인데요. 미국 영화 산업 분석 매체인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소니는 베놈을 시작으로 독자적인 마블 유니버스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출처: The Hollywood Reporter). 게다가 배우들과 소니 픽처스의 공식적인 입장도 앞으로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과 작품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여러 인터뷰에서 하는 것으로 봐서는 디즈니와의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낮은 저음으로 읊조리는 "We are Venom"이라는 대사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섹시하게 다가와, 앞선 찌질함을 단숨에 상쇄하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 내면에 숨겨진 파괴적 욕망을 가장 매력적인 방식으로 대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완벽한 영웅이 아닌, 결함 있는 존재가 선과 악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현대 관객들이 원하는 리얼리티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https://youtu.be/Syh4gdfRDmw?si=PYipy-rDK7XTaQ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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